사는것과짖는것

이미 완성되어진 집을 사는 것은 새로 집을 짓는 것보다 훨씬 쉽다.  이미 지어져 있는 집은 무엇보다도 보이기 때문에 그 금액을 가지고 흥정만 하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속을 필요도 없고 속을 수도 없다.  또는 공사기간이 없기 때문에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요즘같이 개개인에 따른 개성이 다양하고 풍부한 세상에서 남의 생각에 따라 지어진 집을 자신의 용도에 맞추는 것은 구시대적인 생각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새로 짓지 않고 지어진 집을 살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투자용으로 집을 사두었다가 나중에 팔 생각이거나 집보다는 땅에 투자가치를 생각한다면 지어진집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사하여 장기간 거주할 목적의 집을 산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침실 개수가 맞아야 하고 가족구성원에 따른 거실 및 주방의 크기 등등 많은 것들을 고려하여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집을 구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신의 생각과 딱 맞아 떨어지는 집을 살 수 있다면 좋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집을 새로 짓지 않고 이미 지어진 집을 사는 것은 집을 지으면서 격어야 할 어려움과 공사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새집을 사는 것은 자동차를 사는 것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주방의 크기 타일의 색깔 거실의 넓이 등등 이것저것 선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 분쟁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새로 산 집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는 서로 간 분쟁이 있을 수 있지만 새로 집을 짓는 것과는 비교할 수 도 없을 정도로 쉽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면서 각각의 부품 및 내부 인테리어를 원하는 데로 주문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새집도 마찬가지로 일단 있는 그대로 구매해야 하며 만약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자비를 들여 직접 해야 하는 것은 알려주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집을 새로 짓는 ‘신축’은 의뢰자와 시공자사이의 거래이지만 그 거래품목이 완성품이 아닌 진행과정을 포함한 구매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신축과정에서는 무엇보다도 서로간의 신뢰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를 새로 살 때는 판매원이나 대리점 직원의 속마음이 시커멓고 사기꾼인지 아닌지 부속품을 몰래 빼먹고 조립해서 줄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미 여기저기 정해진 금액이 있고 그 금액을 바탕으로 하여 약간 흥정하여 원하는 흥정가가 결정되고 자동차만 인수 받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새집을 짓는 것도 이와 같이 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공회사는 수십만평의 대지에다가 각각의 평형별로 또는 각각의 마감재별로 샘플 주택을 수천 개 지어놓고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찾아 결정을 하면 그 집을 대형 화물차에 실어 원하는 대지에 옮겨 놓고 집값을 받으면 가능할까?